자유글 / 인사말

낡은 의자

  • 글쓴이 윤은숙 날짜 2014.09.17 09:49 조회 439 추천 0
김기택

묵묵히 주인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늦은 저녁 의자는 내게 잔등을 내민다
나는 곤한 다리와 무거운 엉덩이를
털썩, 그 위에 주저앉힌다
의자의 관절마다 나직한 비명이
삐걱거리며 새어 나온다
가는 다리에 근육과 심줄이 돋고
의자는 간신히 평온해진다

여러번 넘어졌지만 한번도 누워본 적
없는 의자여, 어쩌다 넘어지면
뒤집어진 거북이처럼 허공에 다리를 쳐들고
어쩔줄 몰라 가만히 있는 의자여
걸을 줄도 모르면서 너는, 고집스럽게
네 발로 서고 싶어하는구나
달릴줄도 모르면서 너는,
주인을 태우고 싶어 하는구나
그러나 오늘은 네 위에 앉는 것이 불안하다
내 엉덩이 밑에서 떨고 있는 너의 등뼈가
몹시 힘겹게 느껴진다

의자를 의인화해서 쓴 것이기에
넘 좋아서 올려봅니다
기분좋게 감상하시고 은혜로운
하루 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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