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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밥 부인

  • 글쓴이 지정애 날짜 2013.01.08 15:32 조회 967 추천 0
약밥 부인

 가난한 가문의 선비 서해가 장가를 들어 첫날밤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신부가 수줍은 듯 고새를 숙이고 도대체 얼굴을 보이려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신부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서해는

신부의 얼굴을 들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신부의 눈이 좀 이상한 듯했습니다.

신부는 앞을 잘 볼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중매인이 ‘좀 멀어서 탈’이라고 하기에 길이 멀다는 줄 알았지,

눈이 잘 안보일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선비님 용서하십시오. 평생 저로 인해 마음 아파하는 부모님

때문에 선비님을 속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을 마친 신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놀라 털썩 주저앉은 서해는 만약 자신이 여기서 파혼을 한다면 신부가

목숨을 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해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뒤 이윽고 입을 열었습니다.

 
“이미 그대는 나의 아내가 되었으니 나는 기쁘게 당신을 맞이하겠소.

그러니 당신도 우리 집안을 잘 꾸려가 주기 바라오.”

 그러자

첫날밤 소박을 두려워하던 신부와 밖에서 숨죽이고 엿보던 신부의

식구들도 눈물을 글썽이며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그 뒤로 두 사람은 밤을 새워 신방을 향해 ‘잘 살아라’ 빌었던

신부 할머니의 소원대로 화목했습니다.

 
바로 이 신부가 조선 시대 3대 현모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약봉 서성의 어머니입니다.

 
남편인 서해를 저 세상으로 일찍 떠나보낸 이 씨 부인은

아들의 교육을 위해 한양으로 올라와 오늘날 중림동이 된 ‘약현’에 자리를 잡았고,

여기서 약현밥, 약현과, 약현술을 팔면서 집안을 일으켰습니다.

 
오늘날의 약밥, 약과, 약주는 이때부터 비롯된 것이며,

이는 서해가 첫날 밤 눈이 잘 안 보이는 신부를 버리지 않은

아름다운 사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렇듯 사람은 겉모습만 보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또한 겉과 속이 다른 사람도 많긴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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