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탄한장
- 글쓴이 김희복 날짜 2015.01.18 18:26 조회 542 추천 0
연탄 한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안도현--
1961년 경북 예천 출생, 원광대학교 국문과 졸업하고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당선되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 당선되어 등단함. 주요 작품으로는 <안도현의 아침엽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연어>, <외롭고 높고 쓸쓸한>, <짜장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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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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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5;9)
아멘